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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몬주의에 대항하여 하나님나라운동 블로그 - 현재 우리 사회는 맘몬주의에 물든 기독교신학과 비성경적 신앙이 판치고 있다. 이에 대항하여 하나님나라 운동가들이 이 블로그를 만들고 그들과 싸워보고자 한다. 봄풀내음


(예수와 토지법10) 구약 70인역과 토지

하나님나라운동/경제 | 2009. 11. 24. 14:36 |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단어의 뜻과 용례

한 단어의 뜻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단어의 용례를 관찰하여야 한다. 특히 동일한 저자가 그 단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찰하여야 한다. 한 단어는 불변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사용자에 따라 다양한 뜻으로 사용되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가복음 10:22의 ‘끄떼마’의 의미의 뜻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단어를 마가복음의 저자가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찰하여야 한다. 사전을 보고 이 단어의 뜻이 ‘토지’라고 하거나 ‘재물’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매우 자의적인 것이다. 사전이 제공하는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독자의 자유가 아니라 저자의 용례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끄떼마’는 마가복음에서는 10:22에 한 번 등장한다. 또한 마가복음의 저자가 쓴 작품이 마가복음 이외에 우리에게 남아 있지 않으므로 마가복음의 저자가 ‘끄떼마’를 어떤 뜻으로 사용하였는지 관찰할 길이 없다. 그러므로 이 단어의 뜻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차선책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 차선책은 마가복음의 저자가 읽었던 문헌들에서 이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마가복음의 저자는 그가 읽었던 문헌들에 의하여 영향을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가복음의 저자는 히브리어 구약성서의 번역인 70인역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마가복음에 인용된 구약본문들이 70인역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마가복음이 구약을 문자적으로 인용한 부분들을 관찰해 보면(1:2, 3; 7:6-7, 10; 10:19; 11:17; 12:10-11, 19, 26, 29, 30, 31, 32, 36), 이 부분에 사용된 206 단어 중에 178 단어가 70인역과 그 형태까지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 비교를 위하여 편의상 네스틀레-알란트 27판의 마가복음 본문과 A. Rahlfs가 편집한 Septuaginta, [Stuttgart: Deutsche Bibelgesellschaft, 1935]의 본문을 사용하였다.) 이것은 86.4 %의 일치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일치에 입각하여 마가복음 저자는 구약성경을 인용할 때 70인역에서 인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마가복음의 저자가 70인역을 인용하였다면 이것은 그가 평소에 70인역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70인역에 사용된 헬라어 용례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따라서 그는 ‘끄떼마’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이 단어가 70인역에서 가지는 의미대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70인역에서 ‘끄떼마’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관찰하여 그 단어가 마가복음에서 어떠한 뜻을 가질 수 있는지 추측할 수 있다.

70인역과 끄떼마

70인역에서 ‘끄떼마’는 잠언 12:27; 23:10; 31:16; 욥기 20:29; 27:13; 호세아 2:17; 요엘 1:11에서 사용되었다. ‘끄떼마’의 뜻은 우선 히브리어 구약 성경과 비교하여 파악될 수 있다. 70인역은 히브리어 구약성경의 헬라어 번역이기 때문이다. 물론 70인역의 번역자들이 사용한 히브리어 성경 본문과 동일한 본문이 우리에게 남아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70인역의 번역자들이 사용한 히브리어 성경 본문이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히브리어 본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70인역 본문을 히브리어 성경 본문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 70인역 번역자들이 그들이 사용한 헬라어 단어에 어떠한 뜻으로 사용하였는지 추측할 수 있다. 히브리어 본문으로는 맛소라 본문을 담은 BHS 본문을 편의상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70인역 번역자들이 사용한 히브리어 구약 본문과 BHS 본문이 서로 동일하다고 간주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러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70인역을 읽는 독자들이 70인역을 읽으면서 히브리어 성경과 비교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70인역의 독자의 하나로서의 마가복음 저자도 70인역에 사용된 ‘끄떼마’의 의미를 히브리어 성경과 비교하여 파악하기 보다는 70인역의 자체 문맥 속에서 파악하였을 수 있다. 그러므로 ‘끄떼마’가 사용된 70인역의 문맥이 이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의 목적은 70인역에 담긴 ‘끄떼마’의 의미가 아니라 70인역의 독자로서의 마가가 사용한 ‘끄떼마’의 의미를 찾는 것이 목적이므로 70인역 문맥의 관찰은 더더구나 중요하다.

잠언 23:10

70인역 잠언 23:10에서 ‘끄떼마’는 히브리어 성경 잠언 23:10의 ‘사데’(토지)에 해당한다. 70인역 잠언 23:10의 번역자는 ‘끄떼마’를 토지라는 뜻을 가진 단어라고 생각하였기에 토지를 뜻하는 ‘사데’를 ‘끄떼마’로 번역하였을 것이다.

또한, 70인역 잠언 23:10의 독자는 문맥을 통해서 ‘끄떼마’가 토지를 가리킴을 알 수 있다. 70인역 잠언 23:10은 다음과 같다.

영원한 경계들을 변경시키지 말고

고아의 끄떼마에 들어가지 말라.

여기에서 ‘끄떼마’는 ‘경계’(호리아)에 평행된다. ‘영원한 경계’란 조상대대로 기업으로 내려오는 토지의 경계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토지의 경계를 옮기지 말라는 말씀은 신명기 27:17을 배경으로 한다. 70인역 신명기 27:17은 이웃의 ‘경계’(호리아)를 옮기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한다. 토지의 경계를 옮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희년이 되면 토지가 원주인에게 돌아가는 레위기 25장의 토지법과 관련된다.

그러므로 70인역을 읽는 독자들은 잠언 23:10에서 ‘끄떼마’를 토지의 경계를 뜻하는 ‘호리아’와 관련시켜서 재물이 아니라 토지를 뜻하는 말로 이해하게 될 수 있다. 또한 ‘끄떼마에 들어가지 말라’는 표현은 ‘끄떼마’가 재물이 아니라 토지를 가리킴을 분명하게 해 준다. 마가복음의 저자도 70인역을 읽었다면 ‘끄떼마’의 의미를 그렇게 파악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마가복음 10:22에서 ‘끄떼마’를 토지라는 뜻으로 사용하였을 것이다.

잠언 31:16

잠언 31:16에서 ‘끄떼마’는 히브리어 본문의 ‘케렘’(포도원)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재물보다는 토지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잠언 31:16의 70인역 문맥도 ‘끄떼마’가 토지라는 뜻으로 쓰였음을 알려준다. 70인역 잠언 31:16을 직역하면 다음과 같다.

그녀는 농토를 보고 구입한 후에 그녀의 손의 열매로부터 끄떼마에 심었다.

농토를 구입한 후에 끄떼마에 심었다면 ‘끄떼마’는 농토를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호세아 2:17

70인역 호세아 2:17에서 ‘끄떼마따’는 히브리어 본문의 ‘케렘’(포도원)에 대응한다. 따라서 ‘끄떼마따’는 토지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70인역 자체의 문맥도 출애굽 때처럼 하나님께서 ‘끄떼마따’를 주신다는 맥락이다(“내가 그에게 끄떼마따를 줄 것이다”). 출애굽 후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주신 것은 가나안 땅이므로 여기서 ‘끄떼마따’는 토지를 뜻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요엘 1:11

요엘 1:11에서 ‘끄떼마따’는 히브리어 본문의 ‘코르밈’(포도원들)에 해당한다. 또한 70인역 요엘 1:11은 “추수를 망쳤기 때문에 끄떼마따를 위하여 슬퍼하라”는 내용이므로 여기서 ‘끄떼마따’는 추수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그러므로 여기서 ‘끄떼마따’는 농지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욥기 20:29

욥기 20:29에서 ‘끄떼마’는 히브리어 본문의 ‘나할라’(기업, 분깃)에 해당한다. ‘나할라’는 일차적으로 상속 재산을 가리키는데 상속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토지였다(민 26:53; 33:54; 신 4:21; 수 11:23; 13:6; 시 105:11; 겔 47:14; 48:29 참조). 그러므로 이 단어에 대응하는 ‘끄떼마’는 토지를 가리킬 수 있다. 70인역 욥기 20:29의 문맥 내에서 보면 ‘끄떼마’는 ‘분깃’에 평행된다.

이것은 불경건한 사람이 주로부터 받는 분깃이며

감찰자로부터 그에게 주어지는 소유들 가운데 끄떼마이다.

‘분깃’은 이스라엘 각 집이 분배받은 분깃(몫)으로서 토지를 가리킬 수 있다(민 18:20; 수 14:4; 18:5). 그런데, 욥기 20:29에서 ‘끄떼마’는 하나님의 보응을 가리키기 위해 비유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비유적 의미는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상속 재산으로서의 토지를 가리키는 1차적 의미를 토대로 얻어진다. 그러므로 욥기 20:29에서의 ‘끄떼마’의 용례는 이 단어가 1차적으로 토지를 뜻하는 것으로 간주되었음을 알려준다.

욥기 27:13

욥기 27:13에서도 ‘끄떼마’는 히브리어 본문의 ‘나할라’(기업, inheritance)에 대응한다. 또한 70인역 문맥에서 ‘끄떼마’는 ‘분깃’에 평행된다.

이것은 불경건한 사람이 주로부터 받는 분깃이며,

전능자로부터 권력자들에게 끄떼마가 임할 것이다.

여기서 ‘끄떼마’는 이스라엘 각 집이 분배받은 분깃으로서의 토지를 염두에 두고 쓰였다. 물론 근접 문맥 속에서 이 단어는 비유적 의미(즉, 하나님께서 주시는 영원한 보응)를 가진다. 그렇지만 비유되는 내용은 이스라엘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선물로서의 토지에 비유되었다. 이러한 비유는 ‘끄떼마’가 1차적으로 토지를 가리킬 때 가능하다.

맺음말

70인역에서 사용된 ‘끄떼마’라는 단어는 대개 토지를 가리키거나 토지라는 구체적 개념을 기초로 형성된 추상적 개념을 가진다. 70인역에서 ‘끄떼마’가 토지를 의미하지 않는 본문은 잠언 12:27뿐이다. 잠언 12:27에서 ‘끄떼마’는 히브리어 본문의 ‘혼’(부)에 대응하고 문맥상으로도 ‘토지’를 뜻한다고 볼 근거가 없으므로 부(wealth)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끄떼마’가 70인역에서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토지를 가리킨다면 마가복음의 저자는 70인역을 읽으면서 ‘끄떼마’가 토지를 뜻하는 단어임을 파악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마가복음을 기록하며 ‘끄떼마’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에도 이 단어에 “토지”라는 뜻을 담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마가복음 10:22에서 ‘끄떼마따’라는 단어의 의미를 해석할 때, 우리는 마가복음의 독자들이 이 단어를 “재물”을 뜻한다고 간주해온 전통을 무비판적으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 오히려 마가복음의 저자가 이 단어를 사용하며 의도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토지”라는 의미의 정당성을 신중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오랜 세월 동안 독자들의 함성에 의해 묻혀진 저자의 세미한 음성을 다시 들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독자들은 저자가 아무리 작은 소리로 말한다고 할지라도 저자가 말하기 시작하면 침묵하여야 한다. 저자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수천년의 거리에 떨어진 우리가 분간할 수 없을 때에는 저자에게 확성기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70인역은 마가복음 10:22의 ‘끄떼마따’를 위하여 그러한 확성기의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재물’인지 ‘토지’인지 분간되지 않던 세미한 음성이 70인역이라는 확성기를 통과할 때 ‘토지’라고 크게 들려지게 된다.







     신현우 교수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신약학)
    
    * 이글은 복음과 상황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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