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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몬주의에 대항하여 하나님나라운동 블로그 - 현재 우리 사회는 맘몬주의에 물든 기독교신학과 비성경적 신앙이 판치고 있다. 이에 대항하여 하나님나라 운동가들이 이 블로그를 만들고 그들과 싸워보고자 한다. 봄풀내음


 

'하나님나라운동/평화와 통일'에 해당되는 글 1

  1. 2009.05.10 ‘함께 죽느냐 같이 사느냐’, 그것이 문제다
 


우리는 지금 지난 20여 년 간 함께 공들여 쌓아 올려, 이제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 믿었던 우리의 소중한 민주주의, 자유와 인권, 그리고 민족화해와 통합의 기반이 단 1년 여 만에 이토록 쉽게 허물어질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처절히 체험하고 있다.

권력기관 및 공권력의 권위주의는 다시 맹위를 떨치고 있고, 사법은 최소한의 공정성도 상실한 채 힘없는 사람들에게만 ‘법을 지키라’ 윽박지르고, 조금만 비판적이면 방송도, 통신도, 인터넷도 쉽게 처벌하며, 조금씩 쌓아올려 가던 사회복지의 토대는 한순간 무너져가고 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조금씩 쌓아온 소중한 가치들이 오직 막개발을 통한 경제성장, 이 단일한 정권적 가치 앞에서 송두리째 날아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통탄스러운 것은 민족화해와 평화의 기초가 산산조각 나고 있다는 것이다

1. 지금의 잘못된 기초는 분명 이명박 정부가 세웠다.

지금 남북관계는 더 이상 악화되기 힘들만큼 극도로 악화되었다. 그러나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것은 뭐니뭐니해도 이명박 정부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다른 모든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대북, 통일정책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임 정부의 것이라면 무조건 부인하는, ‘정책 아닌 정책’을 만들어 스스로 갈 길을 묻어 버렸다.

지난 6공화국 때부터 시작되어 10년 간의 오랜 산고 끝에 조금씩 꽃피워가던 남북화해, 협력, 공존의 기틀은 ‘햇볕정책=북한퍼주기=친북/좌파정책’라는 단순한 공식 하나에 묶어 한 순간에 폐기처분해 버렸다. 그리고 공식적 대북/통일정책이라고 만든 ‘비핵개방 3000’정책은 비핵과 개방의 길로 이끌어갈 수 있는 현실적 이정표는 없이, ‘당장 핵을 없애고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개방을 하면, 북한 1인당 GDP를 3000달러까지 만들어 주겠다.’는 당근 같지만 사실은 우롱에 불과한 말로 대신해 버렸다. 전쟁까지 치르고 지난 60여 년간 죽기로 싸워왔던 남북관계 가운데서 ‘당장 고분고분해지면, 최소한 먹고는 살 게 해 주마.’는 식의 시나리오를 대북정책이라 한다면 과연 대화를 하자는 것으로 보이겠는가?

그 속내를 보이듯이 현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7.4남북공동성명(박정희 정부), 남북기본합의서(노태우 정부)는 계승한다면서도, 유독 6.15 남북공동선언(김대중 정부)과 10.4선언(노무현 정부)만큼은 분명한 계승의지를 회피하고 늘 은근슬쩍 넘어갔다. 그것은 두 선언을 통해 지난 10년 간 남북정부가 함께 만들어낸 모든 대북화해정책을 거부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지난 10년 간의 가장 대표적인 성과였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 지금 거의 좌초의 위기를 당했다. 현 정부와 수구언론들은 마치 이 사업이 북한정권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일방적으로 혜택을 베푸는 ‘북한 퍼주기’의 전형으로 선전해 왔다. 이건 정말 어불성설이다. 우리 남측 관광객들에게는 ‘그저 꿈에서도 그릴만한 아름다운 금강산’에 불과하지만, 사실 그곳은 잠수함 기지를 비롯한 북한 해군의 전략적 요충지였다. 그 북한의 자존심이자 전략 요충지에 드나드는 대가로 지급되는 관광대가가 매달 100만 달러 정도니, 일 년에 고작 1200만 달러에 불과하다.

개성은 북한 유일의 고속도로를 통해 심장부인 평양까지 가는데, 겨우 2시간 거리에 있고 주변에 인민군 6사단과 64사단, 그리고 62포병여단이 주둔하고 있는 전략적 사활지역이다. 무엇보다 62포병여단은 서울 용산까지 사정거리에 두고 시간당 1만발 안팎을 쏟아 부을 수 있는 무서운 장사정포를 보유한 최정예 부대다. 개성공단은 바로 이러한 군사기지와 무기들이 배치되어있던 적진 한 가운데에 들어서서 남측 자본과 북측 노동자들이 함께 협력해 만든 화해의 토대가 되었고, 적대 국민이었던 남측 관광객들은 수시로 드나들었다. 그리고 이 남북협력사업을 위해 북한군은 불가피하게 그러한 무기들을 10km이상 후방으로 물려놓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놀라운 기적을 위해 남측이 지불하는 비용도 역시 연간 1200만 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금강산과 개성공단 비용을 합해야 연간 24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400억원이 채 못된다. 이 정도면 ‘북한 퍼주기’가 아니라, 평화를 사는 비용인데도 값은 ‘껌 값’이 아닌가? 400억원은 08년 서울시 예산 19조 4343억원의 1/485이다. 또 2009년 우리나라 예산 284조5000억 원에 견주어 보면 1/7112에 불과하다. KF-16 전투기 한 대 가격이 426억원이니, 남북평화 만들어 전투기 한 대 덜 사면 딱 떨어지는 돈이다.

요즘 햇볕정책은 완전히 실패한 정책이라고 쉽게들 말한다. 그렇다. 실패를 향해 가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정책자체의 실패가 아니라, 성공할 수 있는 모든 요인을 막아 놓아 성공할 수가 없는 정책이다. 햇볕정책은 현 정부에 의해서 정치적 타살을 당하고 있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노력해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은 근본부터 세부적 운영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잘못됐다. 자존심을 내세울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존과 나아가 한민족, 동북아의 번영을 위해서도 화해협력 기조로 극적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2. 북한정권의 중심에는 백성이 없다.

그토록 우려했지만 북한은 너무도 의연히(?) 결국 로켓을 쐈다. 로켓실험이 궤도를 돌고 있는지, 예상 사거리에 도달했는지는 처음부터 큰 문제가 아니었다. 예상대로 한미일 세 나라는 공조를 이뤄 북한제재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그와 상관없이 북한은 전략적으로는 이미 절반의 성공을 달성했다. 1994년 1차 핵위기 때나 1998년과 2006년 미사일 발사 때나, 2006년 핵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로켓 실험도 기술적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북한이 전략적으로 기대했던 효과는 충분히 얻었다.

아마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자들은 자신감에 차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성공한 위기전략, 변함없이 위력을 발휘하는 벼랑 끝 전술에 스스로도 감격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눈앞의 정권적 전략에는 거듭 성공하고 있는지는 모르나, 민족공동체 운명이라는 관점에서는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지금 북한은 모든 면에서 수세에 처해있고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기에 기본적으로는 자기 보호적이고, 체제유지 전략에 의지하게 된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된다. 전략적으로는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김정일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자들에게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정권과 체제의 방어를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백성의 안위쯤은 쉽게 내칠 수 있어 보이는 몰인정한 단호함이다.

왜 그런가? 그들은 이미 60여 년이 넘게 한 체제를 지배해온 기득권자들이기 때문이다. 기득권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개혁과 변화를 위한 조그마한 시도를 보이다가도 조금만 손해가 날 것 같거나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자기 것을 지키려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지키려고 하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우리사회 모두가 지켜야할 가치’라고 선전한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사회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조금 개혁적인 실험들을 해 보았지만,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수구세력들이 이명박 혁명(?)을 통해 단 1년 만에 총체적으로 뒤집으려 하는 모습에서 여실히 증명된다.

김정일 정권 역시 우리 사회가 보기에는 급진적이지만, 60여 년 동안 권위주의적으로 유지된 북한사회에서 본다는 엄연한 보수, 수구정권이다. 그래서 지난 10년처럼 대북우호적인 한국정권이 유지되거나 유화적 국제 분위기가 조성되면 개혁과 개방을 위해 조심스러운 시도를 모색하는 듯 하다가도, 자기 지도자의 자존심과 체제비판적인 분위기가 조금만 조성되면 언제든 벼랑 끝으로 달려가 “모두 함께 죽자”고 소리를 친다.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든 남북협력 정책을 무너뜨리려는 판에 박왕자 씨 사건처럼 금강산 폐쇄의 정치적 동기를 제공하거나, 개성공단을 열었다 닫았다하며 정치적 흥정꺼리로 만든 것은 이명박 정부가 파놓은 함정에 스스로 빠진 꼴이다. 그럴 때마다 지금껏 북측과 협력해 왔던 남측 파트너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솔직히 말한다면 북한은 지금 큰 것 한 방만 기대하고 있다. 그것은 ‘자질구레하게 공단이니 남북협력이니 하며 남한 따위는 상대할 것 없다. 미국과의 수교, 한 방이면 끝난다.’는 대박주의다. 한국에 대해서는 항상 자주성을 요구하지만, 북한 정권 역시 조금만 수가 틀리면 언제든 ‘通美封南'(미국과만 대화하며 남한은 따돌리는 전략)으로 돌아가는 매우 사대적인 발상이다. 통미봉남 전략은 결코 옳은 전략이 아니다. 그들의 구호처럼이나 ‘우리 민족끼리’는 수월할 때 뿐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도 지켜야할 원칙이다.

북한 지도부는 이제 기껏 자기 정권 방어가 아니라, 2,300만 인민들의 안위를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미 3세대 세습을 진행하고 있지만 자기 백성에게 최소한의 먹을거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지도자가 아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위대한 지도자’로서 백성의 안위와, 대남 파트너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지금 고민해야 한다.  

3. 아직은 기회가 있다.

개인이나 국가, 민족 가릴 것 없이 세월이 흘러 “그 때 좀 더 잘할 걸!”하며 후회하지만, 이미 기회를 잃어 한탄할 때가 있다. 지난 20여 년간 남과 북은 국제적 냉전종식과 시대흐름을 같이 하여, 민족공존과 번영을 향해 갈 수 있는 몇 번의 호기를 아쉽게 놓쳤다.

노태우 정부 때 북방정책에 기반 한 91년 남북한 유엔공동가입과 남북기본합의서 발표는 의미 있는 첫 출발이었다. 이어 등장한 문민 김영삼 정부는 한완상 총리를 내세워 비전향 장기수를 북한에 인도하고 마침내 94년 김일성 주석과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을 합의하는 등 결정적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갑작스런 김일성 주석 사망 후 조문파동을 비롯해 최악의 북한 식량위기 때도 방관하는 등 이후 임기 내내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듯 한 대북강경책으로 일관해 스스로 기회를 내 버렸다. 이제 10여 년이 지난 지금 또 하나의 장로대통령이 민족이 공존할 수 있는 기회를 차버리고 스스로 역사의 죄인이 되려하고 있다.

지금 동북아 상황이 이 지경이 된 데에는 미국의 책임도 크다. 부시정권은 집권 초부터 북한에 적대정책을 공언했고, 심지어 9.11테러 후 미국에 우호적이었던 북한의 반응마저 깡그리 무시하며 스스로 대화의 길을 끊었다가, 핵도, 미사일 억제도 다 실패한 후 임기 말 뒤늦게 대북유화로 돌아서려다가 허망하게 끝나버렸다.

여기엔 김정일 위원장도 한 몫 크게 했다. 그는 2000년 남북정상 회담 후 심지어 조중동 조차 남북화해협력의 거센 물줄기를 거역할 수 없었던 그 좋은 기회에 더 좋은 시기, 더 큰 몸값만 기대하다가 기회를 놓쳤다. 대남창구가 막혔던 그 시절, 북한은 상대적으로 우호적일 수 있는 민주당 클린턴 정부와 적극 협력을 모색했어야 했는데, 그의 임기 내내 신경전을 벌이다가 클린턴 임기 말 뒤늦게 제네바 합의 등을 이뤄냈으나, 그 합의는 이후 8년을 집권한 부시정부 동안 다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런 허망함은 대남관계에서도 또다시 재현돼 지난 2007년 가을 돌연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과 2차 정상회담을 통해 좋은 합의들이 있었지만, 이 역시 노 대통령의 임기 말로 힘도, 인기도 다 떨어져버린 뒤였다.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 대통령은 엄연히 이명박 씨다. 그 다른 파트너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 김정일 씨가 있다. 그리고 그들의 힘겨루기 막전막후에 엄연히 2,300만 북측 인민들과 4,800만 우리 국민들이 있다. 우리는 100여 년 전 민족의 운명을 스스로 책임질 줄 몰라서 거듭 외세의 힘만 의지하다가 결국 식민화와 분단, 전쟁을 겪어 왔던 것처럼 이제도 스스로 문제를 풀지 못해 주변 강대국의 도움만 바라보다가 민족공멸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다. 그러나 두 지도자들의 지혜로운 선택과 우리 백성들의 현명한 책임 여하에 따라서 포용력 없는 신자유주의의 포로가 된 대한민국과 총체적 부실에 빠져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넘어 평화와 공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새로운 통일조국을 새롭게 만드는 하늘이 주신 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 우리의 선택 속에 아직 기회는 있다.






구교형 목사 
(성서한국사무총장/교회개혁실천연대집행위원/통일시대평화누리실행위원)

*  이 글은 복음과 상황 5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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